[국토종주 에필로그] 포기하지 않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국토종주 레드카펫(자전거길)>

살아가면서 다 하지 못하고 그만둔 게 얼마나 많을까요?
하다가 그만두고, 결심했다가 포기하고…

저역시 최근 준비중인, 기어이 끝까지 해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 보고
또 이런 저런 이유로 끝까지 못다한 일들도 되새겨 생각해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자전거 국토종주는 ‘포기 하지 않는 것을 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떠났습니다.
사무실 의자에서 망부석 생활 7년째.
체력적으로 열위에 있는 저에게 국토종주만큼 포기하기 좋은것도 없어 보였거든요.

Daum 홍대 오피스에 있을때 출퇴근 용으로 산 조그만 미니벨로 자전거 하나.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많이 녹슬었습니다.
자전거도 싸이클용이면 좋겠고, 옷도 기능성이면 좋겠고, 고글도 있으면 좋겠고 필요한건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것이 최상으로 갖춰진 조건에서 시작 할 수 있는게 얼마나 되겠냐는 생각으로 가지고 있는 자전거에 편한 차림으로 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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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주 하시는 분들은 많지만 자전거와 복장때문에 폭발적인 주목을 받았죠;;>

주위에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스스로가 제일 많이 걱정되었습니다.
출발하기 전날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식을 핑계로 그만 둘까 생각도 하고,
출발하는 당일날 아침까지도 그냥 하지 말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결국 포기하지 않는 법을 연습하려는데 시작도 하기전에 포기하는게 우스워서 KTX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종주길.

이틀을 힘들게 달려 지도를 보는데 ‘겨우 여기까지 밖에 안왔나’ 라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었고,
심해진 근육통에 파스를 도배하고도 뒤척거릴 때 마다 너무 아파 자다 깨다를 반복할 때도 포기하고 싶었고,
백두대간을 넘을 땐 비처럼 쏟아지는 땀을 보면서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고,
남들보다 속도가 느린탓에 한시간 더 달리기위해 6시에 일어날 때는 피곤해서 포기하고 싶었고,
시간맞춰 가기위해 하루종일 밥도 안먹고 달릴때는 배고파서 포기하고 싶었고,
굴러갈 때 마다 삐걱거리는 자전거 때문에 쪽팔려서;; 포기하고도 싶었고,
무릎 통증에 페달 밟을때 마다 인상이 써질 때는 너무 아파서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종주길에 자전거를 올린 이상 그만두는 사람이 있을까도 싶었는데
여러명이서 같이 시작해서 중간쯤이면 다 버스타고 올라가고 혼자서만 달리는 분들도 많이 만난걸 보면 포기하는 사람도 꽤 있나 봅니다.
어찌보면 포기해도 상관 없는일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을 견디고 김해→서울 490km 종단을 완주했습니다.

시작하기 전엔 ‘도착하면 어떤느낌일까?’ ‘서울 표지판을 보면 눈물이 나지 않을까?’ 라고 상상을 했었는데…
막상 도착해서 양화대교 밑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데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허무했다고 할까요?

어찌보면 끝은 언제나 허무합니다.
삶의 끝인 죽음이 그러하듯이요.

하지만 끝은 중요합니다.
끝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끝이 없는 삶이라면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 수 없겠지요.

그리고 끝이 허무하기에
그 길을 가는 과정이 참 소중하다는걸 느낍니다.

하루 종일 숨을 몰아쉬며 땀흘리던게 불과 이틀전인데 일상으로 돌아오니 또 나에게 일어난 일인가 싶을 정도로 담담해 집니다.
그래도 이제서야 아주 작은 것이지만 또 포기하지 않고 하나 더 해냈구나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정도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도전하는것도, 포기하지 않는것도 앞으로 더 많이 연습해야 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루종일 쓴 헬멧을 벗었더니 머리에 헬멧이 또…>

마지막으로.
끝이 있기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지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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