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이다.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이다.’
– 괴테

여행보다 책보는걸 더 좋아했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하기 전까지는요.

2006년말 ~ 2007년초까지 혼자 떠난 배낭여행.

오페라하우스보다 천문대의 경치가 더 멋졌던 시드니,
오후 5시만 되면 모두 문을 닫던 여유로운 도시 애들레이드,
39도 날씨에 숲에서 길을 잃어 죽는줄만 알았던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섬 캥거루 아일랜드,
너무 더워서 땅굴에서 잘 수 밖에 없었던 오팔 최대 생산지 쿠퍼피디,
지구의 배꼽, 울루루가 있는 사막지대 앨리스 스프링스,
열대우림지역 다윈에서의 신났던 캠핑,
캐언즈에서의 스카이 다이빙,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의 형형색색 산호들.

그렇게 호주 동쪽 반바퀴를 돌고 곧 바로 말레이시아로, 태국으로, 발리로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계속 돌아다녔습니다.

여럿이서 여행할때는 남남이었던 전세계에서 온 배낭여행자들이
혼자서 다닐때는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주었던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리고 가는 곳마다 재미있는 일들이 그렇게도 많이 일어나던지요.
사막이라고 갔는데 몇십년만에 홍수가 나질 않나…
여행하며 사귄 친구를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시 만나기도 하고,
아무 계획도 없이 간 곳에서는 공항에서 알게된 친구들과 같이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였죠.
여행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그 뒤로 매년 여기저기로 여행을 했습니다.
배낭대신 캐리어가 있었고 멋진 경치와 훌륭한 리조트, 짜여진 일정, 짜여진 루트, 잘 계획된 휴식…
분명히 환경은 좋아졌는데 굶어서 배고프고, 하루종일 걸어다녔던 여행이 그립더군요.

그리고 다시 배낭을 꺼냈습니다.
물론 그때처럼 혼자는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하게 되어서 참 행복하네요.
훌륭한 리조트도, 짜여진 일정도 없고, 몇주가 될지 몇달이 될지 모르는것은 그때와 비슷합니다.

괴테가 말한 돌아오지 않아야 할 곳은 어쩌면
여행의 출발점이 아니라 떠나기 전의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돌아올 곳이 없는 여행은 너무 슬픈 일이니까요.

저도 떠나기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꼭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PS. 그땐 여행중에 잘 못씻을것 같아 삭발하고 갔었는데 이번엔 그러지는 않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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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5월 마지막 강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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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반 마지막 강습, 우리반의 에이스인 아저씨.

같이 초급시작해서 연세도 있으신데 정말 빨리 배우시고 잘하신다.
오늘 마지막 강습이라 아저씨가 다음주도 나오실꺼죠? 하시길래 사정상 한달 쉬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데 왜 이리 아쉬운지…

암장 매주 오시는 분들과도 안면 트고 암장 분위기도 익숙해지면서 고통을 넘어서 이제 좀 재미있어질만 해서 그런지 잠시 쉬려니 아쉽아쉽 ㅠ

클라이밍의 기초이긴 하지만

더 낮은 곳으로 움직이려면 잡고 있는 손을 버리고 발을 취해야 하고,
더 높은곳으로 올라가려면 딛고 있는 발이 아무리 안정적이라도 포기하고 손을 취해야 한다.

자세가 안정적이라서,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하면 결국 평생 그 자리에 메달려 있어야 하는것.

초보에게 쉽진 않다.
다음에 잡거나 딛을 홀대가 안좋을 수도 있기 때문에, 손을 버리면 떨어져 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결국 하나하나 계속 버리는 사람만이 다음으로 나아 갈 수 있다.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익숙하게 만들고, 그리고 또 버리고…

나도 오늘 하나를 내려 놓았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D-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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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강불식

하늘의 운행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군자는 그것을 본받아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한다.
– 천행건 군자이 자강불식(天行健 君子以 自强不息)
학창시절때부터 책상맡에 붙여두었던 글귀이다.

지구는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다. 그 큰 지구가 하루종일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힘이 들까? 그럼에도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자신을 회전시킨다. 아무런 불평도 없이.

자강불식, 내가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우주를 돌아가게 하는 것 만큼 힘든 일이 아닐터인데도 쉽게 나태해지는 내모습을 경계하기 위해 지난 십수년간 정말 끊임없이 되뇌였던 네글자인것 같다.

지구는 항상 돌아가고, 냇물은 끊임없이 흐르고, 조수(潮水)는 빠졌다 들어오기를 매일같이 반복한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고, 돌아가지 않는 지구는 밤낮이 없는 지옥이다.
끊임없이 제 할일을 해야하는 것, 어찌보면 그것이 만물의 이치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순간에 부귀영화를 움켜지기를 원한다.

로또 맞은 사람 너무 부러워 하지 말자.
일안하고 앉아서 돈버는 사람 너무 샘내지 말자.

노력없이 얻은 성과는 한줌의 모래와 같아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또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게 분명한 바에는 끊임 없이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억울한게 아니라 너무 당연한 것이다.
이 시간에도 돌아가는 지구가 말해주듯이.

自 : 스스로 자
强 : 힘쓸 강
不 : 아닐 불
息 : 쉴 식

오직 최선을 다하여 힘쓰고 가다듬어 쉬지 아니하며 수양(修養)에 힘을 기울여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역경(易經)》 〈건괘(乾卦)〉 ‘상전(象傳)’에 나오는 다음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천체의 운행은 건실하다[天行健]. 군자는 그것으로써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君子以自强不息].

천체인 대자연의 변화는 정상적이며 어긋남이 없다. 매우 높은 학식(學識)과 덕행(德行)을 가졌거나 높은 관직에 있는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서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지혜와 품성, 도덕을 닦는데 매우 힘써야 한다는 뜻이다.

《주역(周易)》에서처럼 스스로 최선을 다해 힘쓰고 쉬지 않는다는 뜻의 자강불식은 오로지 자기 스스로 힘들여 노력하여 멈추지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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